좋은글

더 깊은 눈물속으로

산고개 2009. 7. 28. 23:56

 

 

 

 

 

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

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.

 

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

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

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.

 

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

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

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.

 

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

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

쓰러져 울고 있었던가..

 

그만 잊어야겠다

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

이제 되돌아보지 말아야겠다.

 

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

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

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

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

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.

 

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

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

죽은 시간이 헤체되고 있다.

 

더 깊은 눈물 속으로

더 깊은 눈물 속으로

그대의 모습도 헤체되고 있다...

 

- 이외수 -